1. 사건요약
의뢰인은 방송작가였다. 그는 한 중앙방송국과 주로 협업을 하는 조그만 외주제작사에서 작가로 일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5년째 일하고 있었다. 이 외주제작사는 중앙방송국의 퇴직한 임원들이 퇴사 후 거쳐가는 곳이었다. 21년, 중앙방송국 출신의 새로운 사장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기존 직원들이 일하는 가운데 굴러온 돌처럼 들어온 사장이 군기를 잡으려는 것이었을까?(재판정에서 그 사장을 직접 경험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는 요새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꼰대’였다) 사장은 자신에게 사전 보고 없이 자막 한 줄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방송제작진들이 모여있는 앞에서 불같이 화를 내고는, 1주일 뒤 새로운 작가를 구했다며 의뢰인을 해촉 했다.
의뢰인은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사장은 이미 다른 작가를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21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소송 내내 사장이 주장한 것은, “자신은 의뢰인을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장이 의뢰인에게 집필 중단을 명하고, 다른 작가를 선임한 것은 맞지만, “내가 원하면 다음에 부를 수도 있으니 대기하라”라고 한 것이지,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해촉 아닌가? 1심 재판부는 사장이 의뢰인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다고 하면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지급하기로 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서 사장이 항소했는데, 1심과 유사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게 무슨 말인가? 2심 재판부는, 사장은 잘못이 없는 의뢰인을 해임할 수 없으므로 이 집필계약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다만 의뢰인이 손해배상을 원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서류가 사장에게 도착한 21. 8. 에 집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된 기간 전체를 손해로 배상할 필요가 없고, 의뢰인이 소송을 제기한 날까지의 월급만 주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2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마지막 정의를 호소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어디인가?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 중 80%는, 대법원 재판에 회부되지도 못하고 대법원의 재판연구관(부장급 판사이다) 선에서 “재판할 필요도 없이 기각당해 마땅한 사건이다”라고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심리불속행기각이라고 불린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해도, 대법원에서 2심 재판의 결과를 바꿔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억울하면서도, 과연 결과가 바뀔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대법원재판에 임했다.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방송작가들의 억울한 사정들을 사례로 정리해서 추가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의외로 “판결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심리불속행으로 하지 않고, 패소든 승소든 이유를 적어 주겠다는 것이다. 선고일에 대법원은 의뢰인이 계약해지의 의사를 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사건을 다시 판결하라고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그 어렵다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받아낸 것이다.
이제 제2심이 다시 열리게 되지만, 대법원의 판결 지침에 따라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1심의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아있는 셈이다.
'근거를 가지고, 끝까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
1. 사건요약
의뢰인은 방송작가였다. 그는 한 중앙방송국과 주로 협업을 하는 조그만 외주제작사에서 작가로 일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5년째 일하고 있었다. 이 외주제작사는 중앙방송국의 퇴직한 임원들이 퇴사 후 거쳐가는 곳이었다. 21년, 중앙방송국 출신의 새로운 사장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기존 직원들이 일하는 가운데 굴러온 돌처럼 들어온 사장이 군기를 잡으려는 것이었을까?(재판정에서 그 사장을 직접 경험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는 요새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꼰대’였다) 사장은 자신에게 사전 보고 없이 자막 한 줄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방송제작진들이 모여있는 앞에서 불같이 화를 내고는, 1주일 뒤 새로운 작가를 구했다며 의뢰인을 해촉 했다.
의뢰인은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사장은 이미 다른 작가를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21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소송 내내 사장이 주장한 것은, “자신은 의뢰인을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장이 의뢰인에게 집필 중단을 명하고, 다른 작가를 선임한 것은 맞지만, “내가 원하면 다음에 부를 수도 있으니 대기하라”라고 한 것이지, 해촉 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해촉 아닌가? 1심 재판부는 사장이 의뢰인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다고 하면서, 남은 계약기간 동안 지급하기로 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서 사장이 항소했는데, 1심과 유사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2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게 무슨 말인가? 2심 재판부는, 사장은 잘못이 없는 의뢰인을 해임할 수 없으므로 이 집필계약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다만 의뢰인이 손해배상을 원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서류가 사장에게 도착한 21. 8. 에 집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된 기간 전체를 손해로 배상할 필요가 없고, 의뢰인이 소송을 제기한 날까지의 월급만 주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2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마지막 정의를 호소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어디인가?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 중 80%는, 대법원 재판에 회부되지도 못하고 대법원의 재판연구관(부장급 판사이다) 선에서 “재판할 필요도 없이 기각당해 마땅한 사건이다”라고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심리불속행기각이라고 불린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해도, 대법원에서 2심 재판의 결과를 바꿔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억울하면서도, 과연 결과가 바뀔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대법원재판에 임했다.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방송작가들의 억울한 사정들을 사례로 정리해서 추가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의외로 “판결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심리불속행으로 하지 않고, 패소든 승소든 이유를 적어 주겠다는 것이다. 선고일에 대법원은 의뢰인이 계약해지의 의사를 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사건을 다시 판결하라고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그 어렵다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받아낸 것이다.
이제 제2심이 다시 열리게 되지만, 대법원의 판결 지침에 따라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1심의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만 남아있는 셈이다.
'근거를 가지고, 끝까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